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번역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핵심만 얘기하자면 증명서와 같은 기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그곳에 기재된 내용은 문학 작품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일반고가 아닌 어느 특목고 학생의 생기부 번역을 맡았습니다. 분량부터 보통의 경우보다 2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기재된 내용도 하나 하나 상세하면서도 축약된 표현, 문학적인 표현 같은 것이 곳곳에 넘쳐 났습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복잡한 판결문 번역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고 지금까지 해 본 것들 중에 가히 끝판왕이라 할 만 했습니다.
다른 모든 번역도 그렇겠지만, 이런 생기부 번역은, 의뢰인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그 뜻을 잘 살려야 하고, 한 글자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생기부를 작성한 선생님이나, 번역된 생기부를 읽고 심사할 사람보다도, 그 중간에서 양쪽을 연결해 주는 외국어 번역 행정사가 이 생기부와 관련한 한에서는 아마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번역확인증명서를 발급하면서 그 증명서의 무거움을 한 번 더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