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이름(성명)은 고유명사로써 그 개인에 관한 동일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한글 이름의 영문 번역은 그 사람의 '여권'에 기재된 영문 이름(로마자 표기)과 동일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여권의 영문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마음대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이 있으며, 여권을 신청할 때는 이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에 관하여 여권법 시행규칙 제2조의2(여권의 로마자성명 표기ㆍ변경 등) 제①항 본문의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권 명의인의 로마자로 표기한 성명(이하 “로마자성명”이라 한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한글성명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표기 방법에 따라 음절 단위로 음역(音譯)에 맞게 표기하며, 이름은 각 음절을 붙여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다만, ..."
그리고, 2000년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개정 시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중에서 성과 이름의 순서, 붙여쓰기 등에 관한 부분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4항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제7항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
즉, 성을 앞에 쓰고, 성과 이름은 띄어 쓰며, 이름은 모두 붙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입니다(다만, 이름끼리는 음절 단위로 띄어 쓰는 것도 가능하며, 이름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넣어 구분 표시를 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허용). 이에 따르면 '민용하'라는 성명은 'Min Yongha', 'Min Yong Ha', 'Min Yong-ha'등으로 표시가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 규정에서는 성과 이름의 순서로 쓰지만, 서양에서는 성(family name)을 이름 뒤에 쓰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 성명을 영어로 표현할 때 이렇게 해야 옳지 않나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아직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죠.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이 문제는 어느 한 쪽으로 통일함으로써 혼란의 소지를 줄이고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성(family name)이고 무엇이 이름(given names)인지를 상대방에게 따로 알려줄 필요성을 줄이는 문제인 것이죠. 중요한 경우에 성과 이름을 구분하여 표시하면 아예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AP통신(미국연합통신, Associated Press.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최대의 통신사)에서 사용하는 기준이 한 가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P통신에서 사용하는 기준에 따르면, 기사 작성 시 한국 사람의 성명을 영어로 표시할 때는 성(fmaily name)을 먼저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지도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AP통신의 기준은 서구권의 다른 많은 보도 매체도 따르고 있습니다.
즉, 한국인의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 때 성을 이름 앞에 적는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참고로, 우리와 같이 성을 이름 앞에 적는 일본인의 성명을 영어로 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AP에 규정이 없으며, 이 때문인지 서구권의 많은 매체에서는 일본인의 경우에는 이름 뒤에 성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은 'Moon Jae-in'으로, 일본 총리 '기시다후미오(岸田文雄)'의 이름은 'Fumio Kishida'로 표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